결말 이후의 주인공 에바 하르트만에게 있어서 우주란 멀고도 먼 곳의 꿈이었습니다. 그녀는 변방계 시골 행성 윌로리치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드높이 쌓여진 마천루도, 번잡하게 배열 된 도로들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오직 드넓은 평야를 배경으로 듬성듬성 배치된 마을들만이 있었습니다. 에바는 그곳이 정겹고도 싫었습니다. 아마 철 없는 반항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그것과 에바가 달랐던 것은, 에바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총력전의 첫 해에 에바는 현지 연방공무원을 졸라 전선으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그날, 에바의 나이는 열여섯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조심스레 탑을 쌓듯 시체들로 이루어진 탑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높아져가기만 하고, 에바는 그 탑의 끝을 향해 올라가기를 거듭했습니다. 네, 에바는 살아남았습니다. 제 손에 피를 묻히고, 사지에 빠진 전우들을 배반하며, 생도들을 전장의 한구석으로 몰아넣으면서요. 괴롭던 시기였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고, 누구도 에바를 비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찬사합니다. 그래요, 한낱 소년병이었던 에바는 살아남아 중령까지 올랐고, 심각한 PTSD를 겪으면서까지 생도들을 지휘하는 45기동대에 배치되어 총력전의 마지막 나날까지 싸웠습니다. 감히 누가 에바를 욕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한 사람, 에바 본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남은 것이 아마 신의 징벌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휴전협정과 함께 대령으로 예편한 그녀는 그 길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두가 반겨줄거라 믿으면서요. 하지만 윌로리치아는 에바가 아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마천루는 여전히 없었으며, 번잡한 도로들의 배열도 없었습니다. 에바가 아는 사람들도요. 장장 60년 간의 총력전 동안, 에바는 그대로였지만 불로기술이 없던 윌로리치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사실이었는데 에바는 왜 몰랐던걸까요? 뭐,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에바는 옛터에 집을 지었습니다. 낚시와 낮잠으로 시간을 때우기 일쑤고, 입에서는 담배와 플라스크가 빠지는 날이 없습니다. 때로는 옛 전우가 에바를 찾아오기도 했지만, 에바는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에바 대령님'이란 전설입니다. 자신의 부모들에게 귀 닳듯 들어온 인물이었으며, 범접할 수 없어 보이는 연방의 대령까지 해온 인물이니까요.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무 그늘에 누워있는 에바를 보고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