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풍/부정오류 1편: 두 판 사이의 차이

편집 요약 없음
편집 요약 없음
12번째 줄: 12번째 줄:
| <div style="margin: -4.5px -9.0px">[[파일:부정오류 1.jpg|링크=]]</div>
| <div style="margin: -4.5px -9.0px">[[파일:부정오류 1.jpg|링크=]]</div>
|-
|-
|}<br><br>
|}<br>


{| class="wikitable" style="max-width:700px; background:#050F1C;color:#C4D2E1; text-align: justify; line-height:180%; border: 2px solid #050F1C;margin-left: auto; margin-right: auto;  |
|-
| {{글씨 크기|10|이 일이 일어난 것은 10시간전, 영국의 심장부가 관통 당한 것부터 였다. <br>


이 일이 일어난 것은 10시간전, 영국의 심장부가 관통 당한 것부터 였다. <br>
나는 런던 MI6 본부 지하에 있는 오퍼레이터룸으로 향하고 있다. 익숙한 공간. 몇 년 전에도 이곳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충돌, 그리고 칼리프당의 테러 위협을 맞닥뜨리며 온갖 위기를 넘겼다. 그때마다 상황은 무겁고 긴박했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차원의 불안을 몰고 왔다. 모두의 얼굴에 드리운 공포는 분명했고, 그 공포가 나에게도 스며들고 있었다.


사방이 무채색의 벽지로 둘러 쌓여있고 벽면에는 작은 사진이나 포스터가 붙어있는 전구 하나 달린 8평 남짓의 오피스룸이었다. 푸른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이라는 문구와 로고만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  
오퍼레이터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공기는 팽팽했다. 한쪽 벽에 걸린 큰 런던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는 몇 장의 사진이 붙어있고, 사건을 연결하는 붉은 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가죽 자켓을 입은 국장님이 전화기를 들고 서 있었고, 내 동료 클린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서류 더미를 훑어보고 있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화이트보드에는 런던 지도가 크게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한면에는 투입된 요원들의 명단이, 한면에는 웨스트민스턴으로 부터 날라온 공문서가, 지도 위에는 끔찍한 현장이 적날하게 찍혀있는 사진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기 위한 붌은 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과 중국 국가안전부의 문양이 찍힌 문서들. 말도 안 되는 조합이 같은 사건에 얽혀있다. 두 정보기관이 동시에 관련된 사건이라면, 그 파급력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 남자는 손을 모은체 곁눈질로 테이블 위에 놓인 몇개의 문서 더미를 처다보고 있었고, 한 남자는 노년에 가죽 자켓을 입은 여자의 눈을 피하며 앉아 있었다. 문서에는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과 중국 국가안전부의 인증 문양이 적혀 있었다. 도저히 서로 양립 할 것 같지 않은 정보기관들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br>
"텔아비브에서 온 정보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클린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텔아비브에서 온 정보원들이 막 들어왔습니다."
“바실로프 관련인가?”


"바실로프 관련인가?"
"그래. 바실로프의 정보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그놈들이 확인한 것 같아."


"그렇습니다. 바실로프의 정보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파악된 것 같습니다."<br>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국장님을 바라봤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전화를 끊고 그에게 다가갔다.


"4시까지 브리핑 준비하게. 국장님을 모셔오지."
"4시까지 브리핑 준비해. 국장님을 모셔오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실로프. 그는 천재였다. 기억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 이른바 ‘유령기억’을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인간의 기억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다. 우리가 그를 놓친 이유도 이 기술 때문이었다. 그는 러시아로 도주했고, 그곳에서 망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그를 죽였다.




37번째 줄: 41번째 줄:




오전 4시, 오퍼레이터룸은 분주해 지고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 와본적이 있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행동, 칼리프당 일원들의 테러 행위와 같은 안보 위기 상황마다 최고 고참으로써 상황을 대처하곤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새로운 위협에 대한 공포가 이 공간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국가로 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는 정보 기관의 정보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전세계의 이름이 알려진 정보기관들은 적성국의 군사 자산의 숫자, 각 차량의 이동 경로와 연료량의 변화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일은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MI6의 감시망을 뚫고 벌어진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모두 알 수 없는 미지적 존재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듯 했다.
오전 4시. 나는 브리핑실에 들어섰다. 방은 어둑했고, 실내를 가득 채운 긴장감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각기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영국 경시청의 청장, RDSIA(왕립 디지털보안정보국) 장관, 그리고 우리의 국장. 그들은 날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프로젝터를 켜고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10시간 전 우리의 표적이었던 바실로프가 죽었습니다. 그는 디지털 보안국의 정보원이었고, ‘유령기억’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억을 조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바실로프는 그 기술을 들고 잠적했고,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찾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죽였습니다.”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국장님의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때, 클린트가 내 옆에서 불쑥 말했다.
 
“샌들러, 본론만 말하지.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바실로프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누군가의 인위적인 전기 신호 조작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 바실로프의 신경망에 접근해 정보를 주입했고, 그는 그 조작된 기억에 의해 자살한 것입니다. 즉, 유령기억이 행동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입니다."


나는 걸음을 재촉하며 브리핑실로 향했다. 문을 엶과 동시에 각기 다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따라 걸어들어 왔다.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명은 영국 경시청 청장, 두터운 실크 모자를 쓰고 흰 수염을 기른 한명은 비밀정보국 국장 그리고 회색 후드티에 뿔테 안경을 쓴 왕립 디지털보안정보국<small>(RDSIA)</small> 장관과 투입 준비중인 7명의 오퍼레이터들 이었다. 나는 어두컴컴한 방에 프로젝터를 쏘아 시선을 집중시켰다.<br>
내가 말을 마치자, RDSIA 장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아시다시피, 10시간전 우리의 표적이었던 바실로프가 당했습니다. 바실로프는 전(前) 디지털안보국 정보원으로 의도적 기억 재구성 증후군, 즉 '유령기억' 기술을 인위적으로 발생 시키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정보를 들고 잠적했고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과정에서 유령기억 기술이 러시아측에 유출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바실로프는 M-I6의 최중요 표적이었고 그를 쫓고 있었으나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사망했습니다. 누군가 우리 정보를 빼내고 있던 겁니다."
“그럼… 누가 신경망을 조작했단 말인가? 우리가 찾던 자는 대체 누구지?”


"샌들러, 본론만 말하지.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거 같아."
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사실, 나도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털끝만 한 증거조차 없었다.


"아, 저희가 바실로프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했습니다."
“아직 놈이 남긴 물리적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찾는 '놈'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쪽 타겟을 가로첸 놈을 찾은건가?"<br>
방 안이 다시 침묵에 잠겼다. 모두가 사건의 미스터리한 본질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RDSIA 장관은 자신의 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당황한 듯이 말했다. 사실 RDSIA는 사건이 일어날때 부터 초초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조사하고 추적하던 바실로프가 갑작스럽게 죽었으니 이 책임은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했다.
<br>


"아직 놈이 남긴 털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찾는 놈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타겟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한 결과 누군가로 부터의 인위적인 전기 신호 조작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바실로프는 인공신경망을 통해 누군가로 부터 역정보를 주입받고 자살한 것 입니다. 그 말은, 유령기억 현상이 행동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것 입니다."
"국장님, 이번 사건은 몇 년 전 미대사관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합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합니다." 클린트가 내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 평소와 달리 그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국장님, 이번일은 미대사관 사건과 유사합니다. 아니, 훨씬 심각합니다. 우리 정보가 숨어있는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도난 당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주이집트 미대사관에서 벌어졌던 그 끔찍한 사건. 한 사회운동가가 보안이 철저한 대사관 내부에서 살해당했다. 하지만 그날의 목격자 진술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독살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총기난사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그날의 기억조차 없다고 말했다.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고, 결국 조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클린트는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내 편을 들어주었다.<br>


누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나? 이곳에 있으면서 그런 마법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 한 것은  유렁기억임이 틀림없다. 몇년전, 주이집트 미대사관에 망명해 있던 사회운동가가 살해 당했다. 보안 등급이 높은 대사관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은 하나 같이 달랐다. 누군가는 독살, 누군가는 총기난사, 심지어 한명은 그 날의 기억 자체가 없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 속을 빠졌다. 현재까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핵심 인원이었던 내가 영국으로 다시 발령을 난 것으로 미루어 볼때 더 이상의 조사가 의미 없음을 깨달은 것 같다.  이 사건을 깊게 조사한 나는 가끔, 내 자신의 기억 마저 의심하곤 한다. 내 이름, 내 생일, 내 가족까지 전부 노트에 적어봐야만 비로소 그 의심이 사라진다.  
“명심하겠습니다, 국장님.나는 결연하게 말했다.


불행중 다행히, 국장님은 우리에게 협조적이었다. 영국 정부는 작전 수행을 위한 장비와 자금을 지원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CIA와 정보 교환이 여전히 무소식이었다. 영국 정부와 MI6측은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한체 자체적인 힘만으로 모든 것을 떠안고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의 처리를 위해서는 이집트 미대사관 사건을 위해 모사드와 협력하던 나와 클린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린 웨스트민스턴의 정치인들 뒷배로 둔 꼴이 되었다. 국장은 우리에게 작전을 허가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번 사건은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끝을 내야만 한다.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두번 다시 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네, 이번으로 끝을 맺게 해야만 해"<br>
국장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갑고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국장님"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이번이 마지막이야."}}
|}


(추가 예정)
(추가 예정)

2024년 9월 25일 (수) 16:14 판

[ 주요국 목록 ]
[ 설정 목록 ]


◀ 부정오류 0편




이 일이 일어난 것은 10시간전, 영국의 심장부가 관통 당한 것부터 였다.

나는 런던 MI6 본부 지하에 있는 오퍼레이터룸으로 향하고 있다. 익숙한 공간. 몇 년 전에도 이곳에서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충돌, 그리고 칼리프당의 테러 위협을 맞닥뜨리며 온갖 위기를 넘겼다. 그때마다 상황은 무겁고 긴박했지만, 이번 사건은 다른 차원의 불안을 몰고 왔다. 모두의 얼굴에 드리운 공포는 분명했고, 그 공포가 나에게도 스며들고 있었다.

오퍼레이터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공기는 팽팽했다. 한쪽 벽에 걸린 큰 런던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에는 몇 장의 사진이 붙어있고, 사건을 연결하는 붉은 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가죽 자켓을 입은 국장님이 전화기를 들고 서 있었고, 내 동료 클린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서류 더미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특수작전국과 중국 국가안전부의 문양이 찍힌 문서들. 말도 안 되는 조합이 같은 사건에 얽혀있다. 두 정보기관이 동시에 관련된 사건이라면, 그 파급력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나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텔아비브에서 온 정보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클린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바실로프 관련인가?”

"그래. 바실로프의 정보가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 그놈들이 확인한 것 같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국장님을 바라봤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4시까지 브리핑 준비해. 국장님을 모셔오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실로프. 그는 천재였다. 기억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 이른바 ‘유령기억’을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인간의 기억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다. 우리가 그를 놓친 이유도 이 기술 때문이었다. 그는 러시아로 도주했고, 그곳에서 망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그를 죽였다.


  • 부정오류 - 1
    2031년 1월 26일, 런던 M-I6 본부 지하


오전 4시. 나는 브리핑실에 들어섰다. 방은 어둑했고, 실내를 가득 채운 긴장감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각기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영국 경시청의 청장, RDSIA(왕립 디지털보안정보국) 장관, 그리고 우리의 국장. 그들은 날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프로젝터를 켜고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10시간 전 우리의 표적이었던 바실로프가 죽었습니다. 그는 디지털 보안국의 정보원이었고, ‘유령기억’이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억을 조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바실로프는 그 기술을 들고 잠적했고,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찾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죽였습니다.”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국장님의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때, 클린트가 내 옆에서 불쑥 말했다.

“샌들러, 본론만 말하지.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바실로프의 인공신경망을 해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누군가의 인위적인 전기 신호 조작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 바실로프의 신경망에 접근해 정보를 주입했고, 그는 그 조작된 기억에 의해 자살한 것입니다. 즉, 유령기억이 행동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입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RDSIA 장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그럼… 누가 그 신경망을 조작했단 말인가? 우리가 찾던 자는 대체 누구지?”

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사실, 나도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털끝만 한 증거조차 없었다.

“아직 놈이 남긴 물리적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찾는 '놈'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방 안이 다시 침묵에 잠겼다. 모두가 사건의 미스터리한 본질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국장님, 이번 사건은 몇 년 전 미대사관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합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합니다." 클린트가 내 편을 들어주며 말했다. 평소와 달리 그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주이집트 미대사관에서 벌어졌던 그 끔찍한 사건. 한 사회운동가가 보안이 철저한 대사관 내부에서 살해당했다. 하지만 그날의 목격자 진술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독살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총기난사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한 사람은 그날의 기억조차 없다고 말했다.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고, 결국 조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국장님.” 나는 결연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그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끝을 내야만 한다.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장님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차갑고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이번이 마지막이야."

(추가 예정)

▶ 부정오류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