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열린 날
그날, 인류는 처음으로 이 행성의 대기를 가르고 착륙했습니다. 거대한 대륙, 끝없는 임야, 하늘빛을 담은 호수와 어머니 같은 산맥. 첫 번째 개척자는 땅에 입을 맞추고 맹세했습니다. "나는 이 땅의 수호자가 되리라."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무릎 꿇음을 '즉위'라 불렀습니다. 이제 그로부터 열두 세기. 개척자의 피는 왕가의 휘장을 타고 흘러, 지금의 국왕 폐하께 이르렀습니다. 폐하는 하느님의 기름부음을 받으신 분입니다. 폐하께서는 강인한 통치자이자 자애로운 아버지로, 이 땅의 모든 생명을 품에 안으십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또 믿음을 실천합니다. 기도는 국왕의 건강으로 시작되고, 축제는 국왕의 이름으로 끝납니다. 이 땅의 백성 중에는 국왕에게 순종하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묻는다면, 충성스러운 만백성은 입을 모아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목자는 양떼를 보호하고, 양떼는 목자에게 순종합니다. 그것이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섭리입니다."
정치는 간단명료합니다. 국왕이 옳고, 국왕이 정의이며, 국왕이 법입니다. 폐하께서는 수상과 추밀원장 그리고 여러 현명한 대신들을 모아 조언을 듣지만, 언제나 스스로 결단하시며, 그 결단은 하느님의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왕의 조서는 도리에 어긋나는 법이 없으며, 국왕의 정책은 실패하는 법이 없습니다. 만백성이 폐하의 뜻에 순종하는 한, 이 땅은 평화와 안정이 온존되고 백성들의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왕의 칙령은 절대적이며, 그 자체로 현실을 규정합니다. 폐하의 붉은 인장이 찍힌 조서에는 그 누구도 불경하게 토를 달 수 없습니다. 이 땅의 언론은 침묵 속에서 폐하의 지혜를 되새기기에 바쁩니다. 감히 의문을 품는 자들은 그 존재 자체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다만 침묵 속에서 폐하의 깊은 의도를 이해하고자 할 뿐입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순종을 미덕으로 삼고, 희생을 의무로 여깁니다. 그들은 국왕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공동체이고, 공동체보다 위대한 것은 폐하이시니까요. 어쩌면 다른 행성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토록 엄격한 법과, 순종하는 백성, 전제적인 군주까지.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폐하께서 그의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우리도 모릅니다. 어찌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우리는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입을 모아 찬양합니다.
|